기사 메일전송
[청년 강민재의 유럽여행기 #2]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까미노(Camino)’에 가다.
기사수정


아름답게 펼쳐진 푸른 나바라 목초지와 피레네 산맥.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까미노(Camino) - 다리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 '주비리'

- 물집과의 싸움 -


다리 건너로 보이는 주비리.

 

2016년 10월 4일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 6시 경에 수많은 별빛을 받으며 다시 길을 나섰다. 얼마 되지 않아 만난 것은 깊고 어두운 숲. 핸드폰 라이트를 의지하여 혼자 어두운 숲길을 걸었다. 낮에는 아름다웠을 숲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한없이 두렵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 이 숲은 옛부터 마녀가 나오는 숲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론세스바예스에서 다음 목적지인 주비리까지는 소들과 말들이 가득한 목초지와 그림 같은 집들이 가득한 마을들을 지났다. 떠오르는 해와 안개, 그리고 저 멀리 어제 넘은 피레네 산맥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걷다가 미국인 브리트니와 아일랜드인 클로이를 만나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특히 브리트니는 나처럼 역사를 전공했는데 최근에 직장을 구하고 들어가기 전에 여행을 왔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사학과 학위로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하니까 미국에서도 사학과는 취업이 힘들다고 했다. 클로이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방송 쪽에서 일을 하는데 한국 드라마를 연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으니 금방 점심 쯤에 다리가 아름다운 마을인 '주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비리는 바스크 어로 "다리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숙소에서 까미노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기타를 꺼내어 쳐 보았다. 이런저런 팝송들도 해보고 18번인 김광석 씨의 노래도 해보았다. 클로이도 기타를 꽤나 잘 쳤는데 아일랜드 민요 같은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저녁에는 마을의 조그만 광장에 기타를 들고 나가 혼자 연주를 하고 있는데 여러 분들이 감상을 하고 가시고 처음으로 한국 분들과도 이야기를 해 보았다. 그 중에 27살의 한 누나는 현재 직장을 그만 두고 유럽으로 와서 몇 개월 째 여행 중이라고 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자기 집을 부수고 나올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까미노(Camino) - 다시, 빰쁠로나 


빰쁠로나로 가는 길. 점점 메말라가는 주변 풍경.

2016년 10월 5일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가려고 했다. 왜냐면 어제 발 빠른 두 여자들을 따라가다가 발에 물집이 잔뜩 잡혔기 때문이다. 발들이 무슨 강철로 만들어졌는지 쉬지도 않고 잘도 걸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눈치없이 한국인 아저씨가 해주신 물집 치료를 받고 나오는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둘이 라이트를 가지고 있어서 도움은 되었다. 오늘도 초록 숲들과 강을 따라 나바라의 푸른 목초지를 실컷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물집과의 싸움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는데 자존심이 뭔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두 친구를 계속 따라갔다. 하지만 혼자 여유롭게 걷던 그 시간이 새삼 그리워졌다.

빰쁠로나에 가까워지자 어느새 익숙해진 목초지가 사라지고 메마른 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메마른 듯한 땅. 그 황량함에 새삼 목초지들이 그리워졌다. 오늘의 강행군이 끝나고 예상치 못했던 1박을 했던 빰쁠로나에 다시 돌아왔다. 너무 피곤한 날. 저번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빰쁠로나를 맞이할 수 없었다. 물집으로 엉망이 된 발과 쑤시는 온몸을 쉬며 하루를 보냈다. 브리트니도 몸이 안 좋은지 하룻 밤을 더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일도 걸을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온 팜플로나.

[다음주 계속]

[글/사진-강민재 기자]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koreafrontier.com/news/view.php?idx=1029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