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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베스트 티처’ 5관왕 민동기 교수 “관심과 소통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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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작은 재능 하나도 이 사회에서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울창한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듯, 큰 성취도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죠.”

건국대가 2004년부터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토대로 매 학기 뽑는 ‘베스트 티처’(강의평가 우수 교수)에 10년간 다섯 번이나 이름을 올린 경제학과 민동기 교수(55)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학생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소통을 비결로 꼽았다


 

(사진제공: 건국대학교)

민 교수는 베스트 티처 상이 도입된 2004년 1·2학기와 2008년 2학기, 2013년 1학기, 그리고 지난 2014년 2학기까지 모두 다섯 차례 수상했다. 건국대에 재직 중인 2,120여명 교원 가운데 베스트 티처 ‘5관왕’은 민 교수가 처음이다. 그가 가르치는 ‘경제학원론’ ‘재정학’ ‘도시 및 지역 경제’ 등의 수업에는 늘 학생들이 붐빈다.

건국대는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매 학기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2004년부터 인문사회 계열 6명(교수 5명·강사 1명)과 이공계열 6명(교수 5명·강사 1명)을 베스트 티처로 선정하고 있다.

민 교수는 학점을 잘 주거나 과제를 적게 내 인기 교수로 꼽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 시간 수업 시작 전에는 복습을 시키고, 수업에 충실하지 않은 학생에겐 불호령을 내린다. 그래도 민 교수를 따르는 학생들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털어놓는 등 그를 멘토처럼 여긴다. 민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뿐만 아니라 진로 등 여러 방면에서 진지한 태도를 갖도록 엄하게 지도하다 보니 오히려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평가를 위해 연구실적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이 돌아가는 요즘 그래도 학교에서 교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어떻게 소중한 학생들을 잘 교육할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는 민 교수는 “무엇보다도 학생을 중심에 둔 대학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며 “그래서 학생들이 평가하는 베스트 티처는 다른 어느 상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로 14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민 교수에게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민 교수는 수업마다 학생들에게 사진을 받아 이름과 얼굴을 외우고 매 수업 꼬박꼬박 출석을 확인한다.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게는 엄하게 혼을 내고 뒤떨어지는 학생이 없게 최대한 다 이끌고 가려고 노력한다.

“대학에 와서 이런 교수님은 처음이었어요. 집중해서 듣는 몇 몇 학생들에게만 관심을 갖고 수업하시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인데 민 교수님은 학생들 개개인별로 신경을 써주세요.” (경제학전공 11학번 이승원)

“민 교수님은 사랑이 많으십니다. 수업 내용도 좋고 인성에 도움이 되는 인생 얘기도 많이 해주십니다. 인생의 멘토 같은 분이십니다.” (경제학전공 09학번 한장희)

민 교수는 “수업 통제가 강해 첫 수업을 들어보고는 수강취소를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며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관심과 애정으로 받아들여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베스트 티처에 선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학생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 민 교수는 수업시간에 졸고 있던 학생 한명을 꼽았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다짐했던 학생이 그 전날 술을 늦게까지 먹게 됐다며 잠을 자면 수업 시간에 맞춰 일어나지 못할까봐 밤을 새고 수업에 참석했는데 결국 결석은 하지 않았지만 졸음은 어쩔 수가 없어 죄송하다고 했단다. 민 교수는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한 강의에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학생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민 교수는 베스트 티처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경제학전공 안에서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동료 교수들의 노력을 꼽았다. 전체 교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과 분위기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동료 교수들과 졸업생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한마음 장학금이 한 가지 예다.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써달라며 자신이 받은 성적우수장학금을 내놓은 한 학생의 소중한 마음으로 출발한 한마음 장학금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경제학과 전체 교수와 졸업 동문들이 참여하면서 조금씩 그 규모가 성장해 지금은 적립 기금이 1억 3,000만원이 넘고 한 해 15명의 학생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민 교수도 매달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내 적립하고, 베스트 티처(우수교강사)상의 상금도 모두 장학금으로 보탰다.

그는 한마음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티끌 모아 태산’의 진리를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지원받는 돈을 장학금이 아니라 “언젠가 후배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장학금을 운영한지 올해로 10년째가 되면서 취업한 졸업생 중 장학금에 써달라고 연락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장학금 운영도 주위 동료교수와 졸업한 학생들의 십시일반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학생들이 소위 ‘취업고시’에 시달리면서 자칫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데, 공동체 속에서 너와 내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베스트 티처 5관왕이지만 민 교수는 14년째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업 준비에 임한다. “앞에서 강의하는 제가 강의를 즐겨야 학생들도 강의를 즐길 수 있는데 때론 매너리즘에 빠져 무의식중에 시간을 때우듯이 강의하게 될까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이러지 못한 모습을 보일까 걱정된다”며 매 수업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교수를 무한 신뢰하는 학생들의 믿음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학생들에게 늘 인생의 목표와 취업의 이유를 분명히 하라고 조언하는 민 교수는 “계속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경쟁이 우선시되고 남보다 더 우월해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지식과 스펙만이 요구되는 세상이지만,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삶인지 생각해보게 하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최선을 다해 자신을 계발하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왜 중요한지를 정립해준 교수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민 교수는 또 “취업이든 진학이든 앞에 닥쳤을 때 성급하게 준비하기 보다는 지금 하루하루를 취업이나 진학 등 학생 자신의 목표로 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소중하고 진지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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