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에서 모든 이의 중심축에는 이강희가 있다. 언론사 논설위원이다. 같은 사건을 보며 '보기 힘들다', '보여 진다', '매우 그렇게 보여 진다'라는 말의 차이를 아는 인물이다.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강한 말을 뱉는 것도 그다. 이강희는 백윤식이기에 가능했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았다.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 비자금 파일로 거물 검거에 성공하고 싶은 무 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 그리고 대통령 후보를 설계한 한 언론사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영화 속에서 맞붙는다.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이강희 역에 백윤식을 염두에 뒀다.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남성적인 느낌도 풍기길 바랐다. 그 연령대에 힘을 가진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백윤식을 만나 해결됐다"라고 말했다.

 

백윤식이 이강희 역을 받아들인 것은 감독의 노력 덕분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부정적인 인물이라 선뜻 다가오진 않았어요. 우민호 감독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강희는 이런 인물 아니냐고 말하니, 그래서 제가 꼭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내부자들' 원작 웹툰의 단행본을 받았어요.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우민호 감독의 편지가 있더라고요. 그 글을 읽다 보니 내가 이강희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특별한 내용보다 감독의 진심이 백윤식에게 전해졌다. 그는 "나를 배우로서, 연기적으로 감독이 인정하는 말이었다. 그것만큼 좋은 말이 또 있을까?"라고 내용을 설명했다.

 

백윤식은 '내부자들'에서 대한민국을 흔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언론사 논설위원 이강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이강희가 안상구(이병헌 분)과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도 있었다. 여러 번의 리허설을 통해 만들어진 장면이다. 백윤식을 지도한 무술 감독 역시 그를 칭찬했다. 그는 "제가 나이도 있는데 열심히 하니까 좋아 보인 모양이다. 이병헌과 나이 차이도 크게 나니 힘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을 거다. 그러니 더욱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부자들'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재벌 오회장(김홍파), 대권후보 장필우(이경영)과 이강희가 함께하는 술자리다. 해당 장면에서 백윤식은 나신을 공개하기도 했다. 부담감이 없었을 리 없다.

 

"백윤식이 아니고 이강희잖아요. 배우니까 작품에서 필요하면 해야죠.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언론을 중심으로 정치인과 재벌이 더 큰 힘을 얻기 위한 관계를 형성하는 자리잖아요.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었죠."

 

어두운 이야기를 담았지만, 현장만큼은 유쾌했다. 백윤식도 "자랑스러운 후배들"이라고 '내부자들'에 함께한 배우들을 설명했다. 그는 "마당놀이에서 '판을 벌인다'는 말을 쓰는데, 이번 현장이 그런 좋은 판이 되었던 것 같다. 이병헌, 조승우, 이경영, 김홍파, 김대명까지. 다들 연기가 너무 뛰어난 배우들이다. 조승우와 이병헌이 갈팡질팡하면서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백윤식. <사진제공=쇼박스>

 

그는 '돈의 맛'(2012년)에서는 윤회장 역을 맡아 돈에 가려진 그림자를 보여줬었다. 그리고 '내부자들'에서는 권력의 그림자를 말한다. 세상의 것들을 표현한 그다. 하지만 그는 "사회는 개인이 아니라 다 함께 살아가는 거다. 법까지도 아니고 인간의 휴머니즘, 인본주의로만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그는 과거에 출연한 작품들의 여운은 가슴에 품고 있다. 최고를 꼽을 수는 없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보낼 수가 없다. 그래도 여전히 작품을 결정하면 공부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자주 본다. 캐릭터의 시선으로 보고,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시선으로도 본다. 준비 없이 현장에 가도 '액션'하면 '컷'할 때까지 어려움 없이 흐를 것 같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한다.

 

"작품에 임할 때마다 공부합니다. 저에게 배우는 직업이잖아요. 공부가 배우의 임무예요. 끝이 없어요. 매 작품, 역할마다 같은 게 없어요. 그런 점이 또 좋아요. 끝이 없거든요. 저에게도 여전히 무한이죠."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백윤식.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