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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생각' 고아성 "꽃 같은 홍일점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 '오빠생각'서 전쟁고아를 돌보는 고아원장 박주미 역 맡아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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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오빠생각'의 배우 고아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기한 여배우다. 여배우라면 어디서든 '꽃'같은 존재가 되고 싶을 텐데,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말한다. 아역 때부터 연기했는데, 어린 모습보다 누군가를 토닥이는 모습이 먼저 생각난다. '오빠생각'에서 박주미 역을 맡은 고아성의 이야기다.

 

배우 고아성이 연기한 '박주미'는 그 시대의 신여성이다.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도 당당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학업에 힘썼지만, 제 뜻대로 집을 떠나 전쟁고아들을 보살피며 생활하는 보육원장이 됐다. 이렇게 설명하면 영화의 중심에 그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영화의 중심은 '아이들'이라며 중심 자리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다.

 

"처음 '오빠생각'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아이들이 중심인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어른들의 이야기나 러브라인이 더 커지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아이들의 합창 장면이 사니라오 상에서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글을 읽는데 노래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3~4일이 지났는데도 잔상이 남았어요. 장면을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욕심에 작품에 합류하게 됐어요."

 

고아성은 "현장에 아이들을 대할 때의 진심, 그것만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30명의 아이와 함께 생활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은 아니었다. '괴물'(2006년), '설국열차'(2013년)에서도 그는 자기보다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행자'(2009년)에서는 보육원의 많은 아이의 맏언니로 등장했다. 아역 때부터 유독 남을 보살피는 역이 많았던 그다. 그 역시 "맏언니가 선생님으로 자랐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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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빠생각'에서 보육원장 박주미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고아성. 사진은 '오빠생각' 스틸컷 <사진제공=NEW>

 

정이 많이 들었다. '오빠생각'은 출연한 아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담았다. 그만큼 긴 연습 기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의 핸드폰 동영상에 직접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익숙해지려고 영상을 찍었어요. 촬영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봤는데, 아이들이 영상보다 몰라보게 자란 거예요. 빨리 크는 아이들을 보니 신기했어요"라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그다.

 

"촬영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요. 그런데 제가 TV에 나오면 신기한가 봐요. '잘 봤다'고 연락이 와요. 그러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한 건 없나'하고요. 덕분에 공식 석상에서는 제가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전작에서 예쁜 모습보다는 화장기 없는 학생이거나, 얼굴에 먹칠을 가득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얌전한 역에 욕심이 났었다. '오빠생각'의 주미를 통해 그는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꽃 같은 홍일점이 되지 않을까 연기하며 고민이 많았어요. 한상렬(임시완 분)의 방에서 야한 잡지를 발견하는 장면을 찍을 때, 처음에 저는 부끄럽고 민망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이런 상황을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도 상투적인 여성 캐릭터를 원하지 않으시는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이한 감독과는 척하면 척이었다. 두 사람은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의 말을 할 때면 고아성은 유독 눈을 반짝였다. 그는 감독님에 대해 "첫 테이크는 디렉션을 안 주시고 배우가 자유롭게 하도록 하는 스타일이세요. 그게 배우가 고민해 온 몫을 존중해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듬을 부분이 있으면 이후에 이야기하세요. 두 번째 만남이니 그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중심에서 지휘봉을 잡지 않았다. 영화 속 그의 자리는 구석이다. 피아노를 치며 아이들의 목소리를 서포트 하는 것이 영화 속에서 고아성의 몫이다. 아이들을 보살피지만, 영화 속에서 큰소리, 싸움 한 번 없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와 주연작 '오피스'에서 주연의 자리에서 극의 중심에 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의아한 부분이었다.

 

"작년에 다섯 작품을 했어요. 그게 항상 큰 역할이거나 임팩트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꼭 임팩트 있는 역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뷰티 인사이드'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때도 크지 않은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다양한 역할을 해봤다는 게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선택할 것 같아요."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이다. "예전에는 패턴이 있었어요. 절제하는 연기를 하면, 그다음 작품에서는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항상 상반된 역을 해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오빠생각'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인 작품을 연이어 만나고 싶어요. 이번엔 확실히 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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